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는 자신을 움직이는 내부의 진짜 자기(真我)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비록 내가 보이는 행위가 상황마다 다르고 감정이 시시각각 바뀌어도 그런 것들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나의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진짜 존재가 있으리라는 것이다. 이것을 발견하면 나 자신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그 진아(真我)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진아관은 사회심리학자들에게 수용되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단일적 자아관보다는 자아를 다양한 것들로 구성된 복합체로써 여기는 관점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러한 관점을 최초로 체계적으로 제시한 사람은 James라고 볼 수 있다. James는 그의 저서인 심리학의 원리에서 객관적 탐구의 대상이 되는 자아를 세 가지 구성요소로 분석하였다. 물적 자아(Material self)는 개인이 지니고 있는 것으로 자기의 신체, 의상, 가족, 집 그리고 소유물 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내가 누구라고 하는 것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것들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귀중한 것을 잃게 되면 스스로의 한 부분을 잃은 듯한 비탄에 잠긴다. 물적 자아가 갖는 중요성은 우리가 타인의 특성을 파악할 때 그의 소유물들이 지닌 속성을 통해 파악하는데서도 잘 드러난다. 즉 우리는 그가 얼마나 비싼 옷을 사 입는지에 의해 그의 성격의 면모들을 유추해 내는 것이다. 한 연구는 노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소지품을 지니고 양로원에 들어와 생활하는 경우에 적응을 더 잘함을 보여주어, 물적 자아의 중요성을 드러내고 있다. 사회적 자아(Social Self)는 우리와 접촉하는 타인들로부터 받게 되는 자기에 대한 인상, 평가들이다. James에 의하면 우리는 남과 단순히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나를 내보이고 싶어 하고, 좋게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있다. 이는 사람들에게 원하고자 하는 평가를 받으려는 주위 사람의 수에 해당하는 만큼의 사회적 자아가 있다는 것이다. 주위 사람이 나쁜 평가를 한다면 이는 곧 그 평가를 받은 사람의 자아에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심적 자아(Spiritual Self)는 개인이 지닌 내면의 주관적인 것으로 성격, 취향, 정서 등의 심리적 속성들이다. 아울러 심적 자아는 생의 의미를 생각하고 만물의 원리를 모색하는 등 사색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으며 자기 관조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 James에 의하면 세 구성요소들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심적자아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아의 어느 다른 면모보다도 스스로의 도덕성과 양심, 고고한 의지로 사유하는 자기 모습을 볼 때 보다 순수한 자기 만족감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 심적 자아는 그가 다루고자 했던 자아의 영(靈)적인 부분을 사회문화적 자아로 변환시킨 것으로, 심리학을 형이상학과 구분하려 한 James의 고민이 배어 있는 용어이기도 하다. 자아의 특성 연구에서 자주 쓰이는 "나는 누구인가 Who am I?"라는 물음을 던져 떠오르는 생각을 쓰고 다시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과정을 20번 반복하는 20개 진술문 검사를 해보면 이 같은 세 가지 면모의 자아가 잘 나타난다.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독특한 면모들을 우선적으로 제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를테면 키가 큰 사람은 키를, 뚱뚱한 사람은 몸무게를 이야기하고, 여자들 속에 있는 남자는 자신의 성을 말하는 등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의 독특성을 먼저 제시한다. 사소하다고 간과될 수 있는 물적 자아가 나이, 키, 성 등 자신을 정의하는 중요한 면모라는 것은 강조될 필요가 있다. 자기를 생각해 보자.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앞날을 대비하는가 하면, 술집에서 친구들과 노는 것을 즐기고, 집에서는 말이 없지만, 인터넷 동아리 방에서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로 활동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자아는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고, 다양한 상황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 사실 많은 경우에 자신의 모습은 모순적이어서, 비합리적이며, 종잡을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은 자아복합성(self-complexity)에 있어서 개인차를 보이고 있다. 어떤 이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의 자아를 지니고 있고, 다른 이는 매우 복잡한 자아모습을 지니고 있다. 현대사회의 기능이 고도로 분화되고 생활이 편린화 되어, 그 속을 살아가는 개인들 역시 다양한 역할과 행위능력을 보여야 한다. 때로는 모순되고, 변화하는 이들 행위들을 보이면서 사람들은 그래도 일관되고 통합적인 자아상을 견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자아의 구조가 단순한 사람들은 자신에 대하여 비교적 단순한 파악을 하고 있고, 복잡한 사람들은 다양한 상황들에서 독립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파악하 고 있다. 한 실험 연구에서 이들 두 부류로 사람들을 구분하여 과제를 수행하게 하고서 한 조건에서는 잘하였다고 알려주고, 다른 조건에서는 잘못하였다고 알려주었다. 이 같은 과제 수행평가에 의해서 자존심이 영향을 받는 정도가 자아 복합성이 낮은 사람들에게서 크게 나타났다. 이 러한 결과는 복합성이 높은 사람들에게서 독립적인 자아 요소들이 서로 완충 역할을 하는 것을 시사한다. 즉 한 생활영역에서 실패하여도(직무수행에서의 실패), 다른 생활영역에서 잘하는 자신의 모습(좋은 아빠)을 지니고 있다면, 실패 의 경험에 의한 충격을 덜 받는다는 것이다. 사회의 생활영역이 복잡해져 가고, 그에 따라 수행하는 역할, 활동도 다양화되어 가는 현실에서 단순히 그들을 수행하는 것에 더해서 자신의 각기 다른 모습으로 그들 활동을 받아들인다면, 자 아의 복합성이 증가하며, 비교적 안정된 자기의 모습을 견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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