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술집에서도 누가 자기 이름을 부르면 곧 알아듣게 되고, 누가 자기를 비난하면 반발부터 하는 등 우리들이 보이는 많은 행위는 직간접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자아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자아는 크게 세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첫째는 정보 및 경험을 소화하고 적절히 대처하는 것을 돕는다. 둘째, 개인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자신의 자아상을 평가함으로써 행동에 변화를 가져온다. 셋째, 개인의 행위에 일관성을 부여하고 예측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일을 계획하고 추진해 나갈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정보 처리자로서의 자아 인간이 보이는 정보처리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서 영국의 심리학자 Bartlett은 도식(圖式)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는 영국학생들에게 상당히 특이한 북미 인디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회상을 하게 하였다. 학생들은 그 이야기를 들은 그대로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변조시키는 행동을 보였다. Bartlett은 이를 사람들이 들어오는 정보를 이해하기 위해 기존에 갖고 있는 일반적인 분류체계에 따라 분류시키는 탓이 라고 보았다. 기억 속에서 정보들을 저장하면서 쓰이는 개념, 생각, 믿음들로 이루어진 추상적 체계들을 도식(圖式)이라 말한다. 도식을 이용한 정보처리는 많은 양의 정보를 순간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하며 적은 양의 정보로부터 많은 관련된 정보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해준다. 이 과정에서 정보의 왜곡된 저장이나, 회상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한 연구는 각본의 주인공이 벽에 못을 박았다는 내용을 사람들에게 제시하였는데 비록 각본에는 망치가 언급이 안 되었지만 회상 시에는 망치라는 단어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사회심리학자인 Markus는 자기와 관련된 정보처리의 특색을 자기 도식이란 용어로 제시하였다. 그녀에 의하면 자기란 과거의 경험을 통해 획득된 스스로에 대한 일반화된 특성의 복합체로써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도식의 특성을 지닌다. 이 자기 도식은 "어떤 정보에 대하여 주의를 할 것인지, 그 정보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정보처리로 무엇이 나타날 것인지를 결정하는 선택적 기제로써 기능한다". 대부분의 자기 도식은 성격특성을 기술하는 영역별로 존재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수다스럽고, 외향적이고, 인자한 자기 도식을 갖고 있고 다른 이는 영리하고, 과묵하고, 인정 많은 자기 도식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자기 도식은 개인의 과거 행적으로부터 추론된다. 만약 당신이 집안의 경제적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학비를 벌고, 스스로 알아서 결정하고, 남과 상의를 별로 하지 않는다면 스스로를 독립심이 강하다고 할 것이다. 반대의 경우라면 의존심이 강하다고 할 것이다. 어느 경우이든 당신은 독립심이란 영역에서 자기 도식을 갖고 있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독립심이란 것을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거나 스스로의 행위를 그런 특성과 관련지어 생각한 경우가 없을 수 있다. 이 경우를 우리는 그 영역에서는 자기도식이 없다고 한다. 자기도식이 갖는 정보처리상의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주어진 특성의 자기 도식을 가진 사람은 그러한 특성 도식이 없는 사람에 비해 관련 정보를 훨씬 빠르게 처리한다. Markus는 독립심이라는 영역에서 참가자들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근거로 독립심이 강한 사람, 의존심이 강한 사람 그리고 이 영역에서 특성이 불분명한 사람으로 구분하였다. 이들 세 집단의 참가자들에게 자막에 여러 가지 특성 단어를 하나씩 제시하면서 각 단어가 자신을 잘 묘사하면 응답 단추를 누르게 해서 반응시간을 측정하였다. 무도식인은 도식인보다 독립심과 관련된 단어에 대한 반응 횟수가 적고 반응시간에서도 느리게 반응하였다. 자기 도식의 두 번째 기능은 여과기능이다. 즉 새로운 정보가 자기 도식과 부합하면 쉽게 처리되고 모순되면 처리에 저항이 걸린다. 사회심리학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그들의 자기 도식과 모순되는 정보를 주는 경우 참가자들이 강한 의혹을 나타내고 정보의 조작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세 번째로 자기 도식과 관련된 정보는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다. '의대생 증 후' 현상이 있는데 이는 의대생들이 자기가 학습하는 질병의 발병 양상을 몸으로 자주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이 현상은 의대생들이 질병을 잘 파악하기 위해 자기 도식과 관련을 지으며, 그럴 경우 훨씬 기억을 잘하기 때문일 수 있다. 즉 자기를 판단의 준거로 삼을 때 정보처리가 잘 되는데 이를 자기 참조 효과라고 한다. Kuiper와 Rogers는 피험자들에게 '수줍은''활동적인' 등의 일련의 특성 형용사를 제시하였다. 「자기 참조」 조건에서는 그 단어가 자기를 묘사하는지를 판단케 하고, 「타인 참조」 조건에서는 그 단어가 실험자를 묘사하는지를 판단케 하였다. 또 「단어 형태」 조건에서는 단어가 긴지, 짧은 지를 평가하게 했고 「단어 의미」 조건에서는 각 단어가 구체적인지, 일반적인지를 평가하게 했다. 나중에 각 조건의 피험자들에게 제시된 단어를 기억하게 했을 때 「자기 참조」 조건에서 가장 회상이 좋았고, 그 과제에 대해 쉽게 여겼으며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가졌음이 나타난다. 자기 참조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로써 인지심리학자들은 자기와 관련된 많은 정보들이 연상되면서 보다 깊은 수준의 정보처리가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제시한다. Bellezza는 단어가 단순히 무관한 자신의 신체 부분과 연결되었을 때보다 단어와 연관되는 과거사를 생각하게 했을 때 더 잘 기억됨을 보였다. 즉 자기 참조 효과는 자기의 풍부한 생활 경험이 촉발될 때, 자기 도식에 의해 잘 정리되었을 경우, 그 도식과 정보가 연결됨으로써 정교한 기억이 가능함을 보여 준다. 자신과 관련된 정보가 자기 도식이라는 구조로 정리되어 있으므로 사람들은 남보다 자기에게 발생한 일을 잘 기억한다. 이는 사람들이 공동작업에 의해 성취한 일에 대해 스스로의 공을 많이 내세우는 현상이 자기의 욕심 때문만이 아니라 인지적 구조가 그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동료와의 미묘한 갈등의 바탕에는 욕심과 무관한 정보처리상의 기제가 깔려 있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자기 도식들을 많이 갖고 있으므로 자기 책망적 사건들보다는 자기 고양적 정보를 많이 기억하는 경향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 새로 옷을 입고 회사에 나온 사람들은 남들이 자기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할 때 실망한다.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인 정보처리를 하므로, 자신의 변화를 남들도 잘 포착하리라 본다. Gilovich은 이 현상을 잘 보여주었다. 코넬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에 참가한 일부에게 가수의 얼굴을 프린트한 티셔츠를 입게 하여 기다리고 있던 다른 참가자들의 방에 잠시 들어갔다가 나오게 한 후 자기가 입었던 티셔츠에 누구 사진이 있었는지를 기억할 사람의 수가 몇 % 인지를 물었다. 아울러 실제로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티셔츠의 얼굴을 기억하는지를 물어 비교한 결과, 입었던 사람은 자기를 본 사람의 반수 정도가 티셔츠의 얼굴을 기억하리라 여겼지만, 본 사람들 중에서 기억한 사람은 20%를 약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학생들로 하여금 인기 있는 인물의 사진이 들어간 티셔츠들을 제시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얼굴 티셔츠를 골라서 입게 하였다. 이 경우에 자기가 입은 티셔츠의 얼굴을 자기를 본 사람의 반수가 기억하리라는 것은 이전 실험 결과와 같게 나왔다. 실제로 기억한 사람은 10%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왔다. 이 같은 각광 효과는 시간이 경과하는 경우에 약해지는 것으로 나온다. 즉 사람들은 자기의 외모 변화에 대하여 일단 크게 생각하고,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그 변화가 남에게 뜨이는 정도를 감소 평가하는 것이다.
사회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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