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두효과
대인 지각에 있어서 중요한 원리의 하나는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전으로 여겨지는 연구에서 Asch는 학생들에게 가상적인 인물에 대한 성격을 묘사하는 형용사들을 나열하여 제시하고, 학생들이 그 인물에 대하여 느끼는 인상이 무엇인지를 쓰게 하여 분석하였다. 한 조건에서는 형용사의 순서가 '똑똑하고, 근면하고, 충동적이며, 비판적이고, 고집이 세며, 질투심이 강함'이었고 다른 비교조건에서는 똑같은 형용사 들을 제시 순서를 뒤바꿨을 뿐이다(즉 질투심이 강하고, 고집이 세며···). 학생들은 긍정적인 형용사들이 먼저 제시되었을 때 상대방 인물에 대하여 보다 호의적인 인상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먼저 제시된 정보가 나중에 제시된 정보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초두효과라고 한다. 우리는 흔히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는데 Asch의 연구는 이 말의 타당성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첫인상이 중요하며 그 심리적 기제는 무엇인가 이 답으로 Asch는 맥락 효과를 들고 있다. 즉 처음에 제시된 정보가 맥락을 형성하고 이 맥락 속에서 우리는 나중에 제시된 정보를 해석하기 때문에 나중 정보가 지니는 의미의 전환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똑똑하다' 고 했을 때 그가 이미 성실하고 정직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와 그가 성실하지 못하 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똑똑하다'는 정보가 달리 해석되어 전자의 경우는 현명하고 지혜롭다는 의미로 여겨지고 후자의 경우는 요령꾼, 사기꾼으로 여겨지기 쉽다. 실증 연구에서 Zannaer와 Hamilton은 문맥이 다름에 따라서 성격 단어가 갖는 함의가 변함을 보였다. 즉 긍정적인 맥락에서는 '뽐내는 (proud)' 은 '자신감 있는'의 함의를 지니지만 부정적인 맥락에서는 '기고만 장한'의 함의를 지닌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른 식으로 설명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일단 정보가 접수되면 그 후에 접수되는 정보들에는 주의가 소홀해지기 때문일 수 있다. 이 주의 감소 가설에 따르면, 사람들이 제시된 모든 정보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되면 초두효과는 안 나타날 것이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에게 인물에 대한 특징을 기술하는 형용사들을 제시하면서 이들을 회상할 필요가 있다고 했을 경우에는 초두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신근성 효과
초두효과와는 정반대로 시간적으로 나중에 제시된 정보가 잘 기억되고 따라서 인상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를 신근성 효과라고 한다. 이 효과는 제한적으로 나타나는데 초기 정보가 너무 일찍 제시되어 망각되어지거나, 최근의 정보가 상대자의 변화된 모습을 잘 보여준다고 여겨질 때 그리고 최근의 정보가 아주 현저하게 지각될 때의 경우들에서만 나타난다. 한 실험에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정보가 제시될 때마다 상대방에 대하여 느끼는 인상을 말하라고 했을 경우에도 이 효과는 나타났다. 또 한 연구는 사람들이 그들이 내리는 판단이 자신의 능력 판단에 중요하며 지니고 있는 모든 정보(초기에 제시된 정보와 모순되는 정보를 포함한)를 충분히 고려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초두효과를 상당히 감소시킬 수 있음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초두효과가 일반적인 현상이다.
현저성 효과
사람들은 상대방이 제시하는 여러 정보들에 공평하게 주의를 기울이기보다는 현저하게 부각되는 면에 의지해서 인상을 형성하게 된다. 심리학에서 가장 잘 알려진 지각상의 원리는 도형 배경 원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대인지각에서도 적용된다. 즉 사람들은 배경적인 정보보다는 돌출해 보이는 도형적인 정보에 주의를 하게 되며 이를 중심으로 인상형성을 하게 된다. 미팅에서 만난 상대방이 다른 여자들에 비해서 화장을 두드러지게 진하게 했을 때 사람들은 사치스럽다거나 야하다는 인상을 받기 쉽고 그러한 사람들이 지니고 있다고 여겨지는 여러 특성들을 상대방이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대인관계에서 우리들은 상대방으로부터 긍정적인 정보를 많이 접하기 쉽다. 어쩌다 눈에 띄는 부정적인 정보는 비록 그 수가 적을지라도 돌출해 보이는 현저성 효과 탓으로 상대방의 파악에 큰 영향을 준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내린 판단보다는 부정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내린 판단에 보다 큰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좋은 인상을 바꾸기는 쉽지만 나쁜 인상을 바꾸기 어려운데 그 이유는 나쁜 정보가 지닌 희소성으로 인한 현저성 탓 때문이다.
악성 효과
대인지각에서 접하는 많은 정보들을 취합하여 상대방에 대한 인상을 형성하는 과정을 잘 설명해 주는 원리가 평균 모형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은 이 평균 원리가 잘 적용되는 것은 긍정적인 정보들의 취합에 국한되는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아주 부정적인 정보가 얻어졌을 경우 다른 정보의 긍정적인 가치가 거의 반영이 되지 않는다는 증거가 있다. Lau는 1968-1980 기간에 미국에서 행해진 각종 대통령 선거와 의원선거에서 투표자 행위를 분석하였는데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는 후보자들에 관한 악성 정보에 의해 크게 영향 받음을 보였다. 한 저명한 후보가 부패한 정치인으로 비칠 때 그의 여러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 평가는 매우 부정적으로 나타난다. 또 다른 연구는 후보자 평가에 미치는 부정적인 정보의 영향력은 유권자들이 행정부의 공신력을 높이 평가하는 경우에 더욱 큼을 보이고 있다. 1992년에 있었던 총선에서 서울의 강남지역에 출마한 홍사덕 야당 후보는 각종 흑색선전에 시달렸는데(부인이 외국 여자, 여자관계가 복잡 등), 그가 이전에 보였던 의정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그의 능란한 언변, 재치 등에도 불구하고 결국 낙선의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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